에어컨은 포장해서 싣기만 하면 되는 짐이 아닙니다. 냉매를 회수하고 배관을 분리하는 탈거 작업, 새 집에서 다시 배관을 잇고 진공 작업을 하는 설치 작업이 따로 필요해서, 이사 날짜에 맞춰 기사 일정을 잡아두지 않으면 새 집에서 며칠씩 에어컨 없이 지내게 될 수 있습니다.
1. 에어컨은 이삿짐과 따로 챙겨야 합니다
벽걸이·스탠드 에어컨은 실내기와 실외기가 냉매 배관으로 연결돼 있습니다. 그냥 배관을 끊어버리면 안에 든 냉매가 빠져나가 새 집에서 냉매를 다시 채워야 하고, 배관 안으로 공기와 습기가 들어가 성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탈거할 때는 냉매를 실외기 쪽으로 모아 가두는 작업(흔히 펌프다운이라고 부릅니다)을 먼저 하고 배관을 분리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이 작업은 이삿짐을 나르는 인력과는 별개의 전문 기술이라, 포장이사 견적을 받을 때 에어컨 탈거·설치가 포함되는지, 따로 기사를 불러야 하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이 부분이 견적서에 빠져 있으면 이사 당일 에어컨만 덩그러니 남는 일이 생깁니다.
2. 어디에 맡길까: 제조사·전문업체·이사업체
맡길 곳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제조사 서비스입니다. 삼성전자는 삼성 케어플러스 홈페이지나 전화(1588-4190)로 이전설치·재설치·철거를 접수받고, LG전자도 공식 이전설치 서비스를 운영합니다. 다만 무상 보증기간 안이라도 고장 수리가 아닌 이전설치는 유상이고, 천장형 시스템에어컨은 제조사가 아닌 전담 전문업체가 맡는 경우가 있으니 신청 전에 확인하세요.
둘째는 에어컨 설치 전문업체로, 일정을 맞추기 쉬운 대신 업체마다 기본요금에 포함되는 범위가 달라 견적을 비교해봐야 합니다. 셋째는 포장이사 업체가 협력 기사를 연결해주는 방식입니다. 이사 당일 동선이 한 번에 맞춰진다는 장점이 있지만, 에어컨 비용이 이사 견적에 포함된 것인지 현장에서 따로 정산하는 것인지를 계약 전에 분명히 해두는 게 좋습니다.
3. 비용은 기본요금과 현장 추가요금으로 나뉩니다
에어컨 이전설치 비용은 탈거와 재설치를 합친 기본요금에, 새 집 현장 조건에 따라 붙는 추가요금으로 나뉩니다. 금액은 업체와 제품 형태에 따라 차이가 커서, 기본요금 숫자만 보고 고르면 설치 당일 추가 청구에 놀라기 쉽습니다. 견적을 받을 때는 아래 항목이 기본에 들어가는지, 따로 붙는다면 어떤 기준으로 계산하는지를 물어보세요.
추가요금이 붙는 조건은 업체가 달라도 대체로 비슷합니다. 새 집의 실내기와 실외기 사이가 멀어 기본 제공 길이를 넘는 배관 연장, 냉매가 부족할 때의 냉매 보충, 실외기실이 없어 외벽이나 난간에 거치대(앵글)를 다는 작업, 배관 구멍이 없어 벽을 뚫는 타공, 높은 층 외벽 작업처럼 안전 장비가 필요한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실내기 두 대가 한 실외기에 연결된 2in1(홈멀티) 제품도 한 대짜리보다 비용이 더 듭니다.
4. 탈거부터 새 집 설치까지 순서
보통 탈거는 이사 전날이나 이사 당일 짐을 싣기 전에 하고, 설치는 새 집에 짐이 들어간 뒤에 합니다. 같은 기사가 하루에 탈거와 설치를 모두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동 거리가 멀거나 성수기라면 탈거와 설치를 다른 날로 나눠 잡아야 할 수 있습니다. 원거리 이사는 출발지와 도착지 기사를 각각 예약해야 하는 경우도 있으니 미리 확인하세요.
떼어낸 실내기와 실외기는 배관 끝을 막아 먼지와 습기가 들어가지 않게 하고, 실외기는 기사 안내에 따라 세운 상태로 옮기는 게 좋습니다. 여름철(6~8월)에는 이전설치 예약이 몰려 대기가 길어지기 쉬우니, 이사 날짜가 정해지면 바로 예약하는 게 안전합니다. 봄·가을 이사라면 상대적으로 일정을 잡기 수월한 편입니다.
5. 새 집에서 미리 확인할 것
새 집이 아파트라면 실외기실 위치와 환기창(루버)이 열리는지, 벽 안에 배관이 미리 묻혀 있는 매립배관이 있는지 확인해두세요. 매립배관이 있으면 기존 배관을 세척해 연결할 수 있는지 기사와 상의하게 되는데, 상태에 따라 비용과 작업 방식이 달라집니다. 에어컨용 전용 콘센트와 배수 호스가 빠질 자리도 함께 봐두면 설치 당일 시간이 줄어듭니다.
전세나 월세로 살던 집에서 나올 때는 에어컨 배관 구멍 마감과 외벽 거치대 철거 자국이 원상복구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거치대나 배관을 두고 갈지, 마감을 어떻게 할지는 집주인과 미리 이야기해두세요. 설치가 끝나면 기사가 있을 때 바로 작동시켜 찬바람과 배수가 정상인지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겨울처럼 바깥 기온이 낮을 때는 냉방 시운전이 어려울 수 있으니 확인 방법을 기사에게 물어보세요.